낯선 길을 갈 때 앞서간 누군가의 발자국을 보고 따라갈 수 있다면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훨씬 수월합니다. 길을 읽어버릴 염려도 없고, 지칠 때 나를 이끌어주는 느낌도 들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목표 지점까지 가는 데 있어서 '롤 모델'은 이런 발자국의 역할을 합니다.
롤 모델은 '나도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라는 바람에서 시작해, 그의 하나하나를 따라 하는 '모방'으로 그 범위를 넓혀 갑니다. 롤 모델이 걸어온 길을 거꾸로 되짚어가며 그대로 답습을 하고 심지어 습관이나 버릇 같은 공부와는 하등 관련 없어 보이는 것들도 '롤 모델이 했으니까'라는 이유로 연관성을 만들어 따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새 나에게는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공식처럼 되어버리고 그의 존재가 나에게 있어 '모범답안'이 됩니다. 또한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그 사람 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고 생각해보면서 내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해답을 찾기도 합니다.
살아가면서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는 행위들도 알고 보면, 나보다 먼저 그 길을 갔거나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을 통해 앞으로 내가 취해야 하는 행동에 답을 구하고자 하는 행동들입니다.
어린 시절은 또 어떻습니까. 초등학생 때는 위인전에서 내가 배우고 닮고 싶은 나의 '우상'을 찾아 꿈과 연결지어 가며 글짓기를 했고, 청소년기에는 좋아하는 연예인들에게 소위 '덕질'을 하며 그 사람을 닮아가고자 노력했습니다. 꿈이 여러 번 바뀌면서 롤 모델의 대상이 바뀌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롤 모델은 우리가 가는 길 앞에서 마치 페이 스메이커(중거리 이상의 육상이나 자전거 경기에서 다른 선수가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도록 속도를 조율해주는 보조자)처럼 같이 달리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보니 인간은 아마도 태생적으로 롤 모델을 찾는데 능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롤 모델과 함께하는 시간의 가치
롤 모델은 책이나 TV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누구나 다 알 만한 유명한 사람일 수도 있고, 자신의 부모님일 수도, 또는 내 주변의 친구나 동료, 선배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롤 모델이 유명인이라면 그 사람의 성공 스토리가 쓰인 자서전을 먼저 읽고 그가 실천한 것들을 하나씩 따라 해봅니다. 혹시 기회가 닿는다면 이메일이나 SNS를 통해 연락해보길 바랍니다. 따뜻한 응원의 말이나 덕담을 들을지도 모릅니다. 세계적인 영화배우 짐 캐리는 어릴 적 보던 TV 프로그램의 MC에게 편지를 보냈고 답장을 받으면서 자신의 꿈을 더욱 키워나갔다고 합니다. 당신이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고 닮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롤 모델에게 보내봅시다. 나와 같은 꿈을 꾸고 나와 같은 길을 가겠다는 사람에게 매몰차게 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만약 롤 모델이 유명인이 아닌 내 주변에 있는 지인이라면 어떻게든 그 사람과 사적인 자리를 만들어 만남을 가져보길 권합니다. 밥 한끼, 차 한잔 같이 하자는 핑계로 직접 연락해서 나의 고민거리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아도 보고, 그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떤 도전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역경을 극복했는지 주의 깊게 들어봅니다.
누군가를 통해야 연락이 되는 사이라면, 용기 내어 그와의 만남을 부탁해봅니다. 건너 건너 들려오는 조각 정보로 그 사람을 판단하려 하지 말고 직접 대면해서 대화하길 바랍니다. 비록 단 한번의 만남일 지라도 나에게는 인생을 바꿀 정도로 큰 울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롤 모델 당사자 또한 감사한 경험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내가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나를 롤 모델로 삼고 나의 긍정적인 부분을 보며 공부하겠다니!' 하며 내가 가진 노하우 전부를 주고 싶어할지도 모릅니다. 꼭 만남을 시도하고, 그 한 번의 만남을 가슴 깊이 간직하십시오.
이 때 꼭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롤 모델과 만날 때는 반드시 롤 모델의 시간을 내가 산다는 마음으로 나가길 권합니다. 나의 롤 모델이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날 위해 쓰는 것인 만큼, 상대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게 맞습니다. 그 고마움의 표시는 즉각적이어야 하며, 대표적으로는 밥 한 끼, 혹은 술 한잔 정도 입니다. 극구 사양해도 반드시 내가 계산하도록 합니다.
세계적인 투자자인 원런 버핏은 2000년부터 일 년에 한 번, 자신의 점심시간을 경매에 무치고 낙찰자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합니다. 1회 점심 경매 낙찰가 2만 5000달러를 시작으로 4회차 경매에서는 25만 100달러에 낙찰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2019년에는 낙찰가가 무려 456만 7888달러에 이릅니다. 한화로 54억이나 되는 큰돈을 왜 사람들은 워런 버핏과의 점심 한 끼를 위해 쓸까요? 그 이유는 그들에게는 이 시간이 단지 점심 식사에 머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낙찰자는 사업가이며, 그들은 워런 버핏과의 점심을 낙찰받음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경제계와 정계가 워런 버핏과의 점심을 눈여겨보고 있고 미디어는 이를 관심 있께 보도합니다. 또 낙찰자 개인의 SNS를 통해 이를 알림으로써 낙찰자와 해당 기업들은 자연스레 이름을 알릴 수 있습니다.
낙찰자들은 점심 식사를 함께하며 워런 버핏으로부터 그의 소중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낙찰자들은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힌트를 얻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수립하며, 또 새롭게 성장할 산업을 예상함으로써 자신의 기업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이 기회를 통해 워런 버핏과의 인연을 유지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 점심 한 끼는 너무나 특별합니다.
그렇다고 나의 롤 모델과 식사를 하기 위해 당장 54억이라는 큰 돈을 쓰라는 게 아닙니다. 5만 원, 아니 2만 원이어도 좋습니다. 롤 모델과의 식사 자리를 만들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십시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눈 얘기들을 전부 가슴에 새기세요.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귀한 이야기가 그 대화에 다 들어 있을 것입니다. 미래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의 롤 모델이 나의 멘토가 되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좋은 인연으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혹시 아직 롤 모델을 찾지 못했다면, 다음 항목을 따라 가며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지 찬찬히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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